지금 당신 책상 위에 신고서가 있다

월요일 오전 9시. 출근하자마자 인사팀장 책상 위에 놓인 한 장의 문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

A 팀원이 B 팀장을 신고했다. 내용은:

  • 회식 자리에서 반복적인 모욕적 발언
  • 업무 외 심부름 강요
  • 다른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질책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글은 괴롭힘 신고를 받은 관리자, 인사담당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공정하게,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첫 1시간이 결정적이다

절대 하면 안 되는 3가지

신고를 받은 직후, 본능적으로 하기 쉬운 행동들이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 위법이다.

1. 신고자에게 “일단 조용히 해봐”

“너무 크게 번지기 전에 조용히 해결해보자” “일단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하라"는 것 자체가 불리한 압박이다.

2. 행위자에게 먼저 “이런 신고 들어왔는데?”

“A가 너 신고했어. 뭐 한 거 있어?”

2차 가해 유발 위험

행위자가 신고자를 특정하게 되면:

  • 보복 가능성
  • 신고자 불안감 증폭
  • 조사 전 증거 인멸 시도

3. “증거 있어? 증거 없으면 어렵다”

조사 의무 회피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증거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은 조사 거부에 해당한다. 조사를 해봐야 증거가 나온다. 조사 전에 증거를 요구하는 건 순서가 틀렸다.

첫 1시간에 해야 할 것

즉시 (30분 내)

  1. 신고서 접수 기록 (날짜, 시간, 접수자)
  2. 신고자에게 “접수했습니다. 조사 진행하겠습니다” 회신
  3. 비밀유지 서약 (조사 관여자 전원)

당일 중

  1. 조사 계획 수립 (조사자 지정, 일정 수립)
  2. 필요시 피해자 보호조치 검토 (근무지 분리 등)
  3. 행위자에게 조사 예정 통보 (신고자 신원은 비공개)

신고 접수 후 관리자 첫 행동

Step 1: 신고 내용 확인 및 기록

확인 사항:

  • 신고 일시
  • 신고자 인적사항
  • 행위자 인적사항
  • 괴롭힘 행위 내용 (구체적으로)
  • 발생 일시, 장소
  • 목격자 유무

기록 양식 예시:

항목내용
접수일시2025.1.16 09:00
신고자A (○○팀 대리)
행위자B (○○팀 팀장)
신고 내용회식 중 모욕 발언, 업무 외 심부름 강요 등
발생 기간2024.11 ~ 2025.1
목격자C, D (동료)

Step 2: 신고자 안전 확인

즉시 질문할 것:

“지금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습니까?” “행위자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게 힘드십니까?” “보복이 우려되십니까?”

YES라면 → 즉시 보호조치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보호조치 예시:

  • 근무지 분리 (같은 공간 근무 중단)
  • 재택근무 전환
  • 유급 휴가 부여
  • 업무 보고 라인 변경

주의: 보호조치는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행위자를 먼저 조치하면 안 된다. (조사 전이므로)

Step 3: 비밀유지 체계 구축

누구에게 비밀유지 서약을 받아야 하나?

  • 조사 담당자
  • 조사 보조자
  • 목격자 (조사 시)
  • 경영진 (보고 받은 사람)

비밀유지 범위:

  • 신고자 신원
  • 신고 내용
  • 조사 진행 사항
  • 조사 결과

위반 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 위반 → 500만원 이하 과태료

비밀유지 서약서 필수 문구:

“본인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관련하여 알게 된 모든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합니다.”

조사 착수 전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금지 행위 1: 화해 종용

“서로 악수하고 넘어가면 안 될까?”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지?”

위법

괴롭힘은 형사상 범죄일 수 있다 (모욕죄, 강요죄 등).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2차 가해다.

원칙:

  • 조사는 반드시 진행
  • 화해는 조사 후 당사자 자율
  • 회사가 압박하면 안 됨

금지 행위 2: 행위자 먼저 경고

“조사 들어가기 전에 네가 먼저 사과하면 어때?”

공정성 훼손

조사 전에 행위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면:

  • 조사의 공정성 의심
  • 행위자의 방어권 침해
  • 나중에 법적 분쟁 시 불리

원칙:

  • 조사 전까지는 중립
  • 사실 확인 후 조치

금지 행위 3: 증거 수집 방해

“CCTV는 이미 삭제됐어” “그때 회식 참석자 명단은 없어”

조사 의무 태만

가능한 모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없다"고 단정하지 말고, 찾아야 한다.

금지 행위 4: 신고자 신원 공개

“○○이가 너 신고했어”

비밀유지 의무 위반 + 2차 가해

행위자가 신고자를 알게 되면:

  • 보복 위험
  • 신고자 심리적 압박
  • 향후 다른 피해자들의 신고 위축

예외: 조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특정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음. 하지만 의도적으로 알려주면 안 됨.

조사 절차 단계별 정리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 흐름도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 5단계

1단계: 조사 계획 수립 (접수 후 3일 이내)

결정 사항:

조사자 지정

  • 원칙: 인사담당자 + 외부 전문가
  • 금지: 행위자의 직속 상사 (이해관계 상충)
  • 추천: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포함

조사 기간 설정

  • 법적 기한: 없음 (하지만 신속하게)
  • 권장: 2~4주 이내 완료
  • 복잡한 사안: 최대 2개월

조사 방법 결정

  • 면담 조사 (신고자, 행위자, 목격자)
  • 증거 수집 (문자, 이메일, CCTV 등)
  • 현장 확인 (필요 시)

2단계: 피해자 면담 (조사 착수 후 1주일 이내)

면담 환경:

  • 독립된 공간 (다른 직원이 못 보는 곳)
  • 조사자 2인 (1인은 기록)
  • 피해자가 원하면 동석인 허용 (노무사, 가족 등)

질문 체크리스트:

  • 언제부터 괴롭힘이 시작되었나?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나? (일시, 장소, 내용)
  • 목격자가 있나?
  • 증거 자료가 있나? (문자, 녹음 등)
  • 이전에 누군가에게 알렸나?
  • 업무 수행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
  • 원하는 조치가 있나?

주의 사항:

  • 피해자를 의심하는 태도 금지
  • “네가 잘못한 건 없어?” → 2차 가해
  • “왜 진작 말 안 했어?” → 피해자 책임 전가

기록:

  • 면담 내용 상세 기록
  • 피해자 확인 서명

3단계: 목격자 및 참고인 조사

목격자 범위:

  • 직접 목격자
  •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이야기한 사람
  • 같은 팀 동료 (분위기 파악)

질문 포인트:

  • “그 당시 상황을 직접 보셨나요?”
  •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나요?”
  • “평소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어땠나요?”

주의:

  • 유도 질문 금지
  • “팀장이 욕했죠?” (X)
  • “그때 어떤 일이 있었나요?” (O)

4단계: 행위자 면담

타이밍:

  • 피해자 및 목격자 조사 후
  • 증거 확보 후

면담 시작 멘트:

“이번 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과 관련된 것입니다. 신고 내용에 대해 귀하의 입장을 듣고자 합니다. 진술하신 내용은 조사 결과에 반영됩니다.”

질문 체크리스트:

  • 신고된 행위 사실이 있나?
  • (있다면) 당시 상황은 어땠나?
  • (없다면) 왜 그런 신고가 들어왔다고 생각하나?
  • 평소 피해자와 관계는 어땠나?
  • 제출할 증거나 참고인이 있나?

행위자의 전형적인 반응:

유형 1: 전면 부인 “그런 적 없어요. 조작이에요.”

→ 증거 및 목격자 진술과 대조

유형 2: 축소·왜곡 “농담이었어요. 친한 사이라서 그런 거예요.”

→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중요

유형 3: 피해자 탓 “걔가 일을 못해서 그랬어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

→ 업무 지적과 괴롭힘은 다름. 방식이 문제

기록:

  • 행위자 진술 전부 기록
  • 행위자 서명

5단계: 증거 수집 및 분석

수집 대상:

디지털 증거

  • 문자 메시지
  • 이메일
  • 메신저 대화 (카톡, 슬랙 등)
  • 녹음 파일
  • CCTV 영상

물리적 증거

  • 회식비 영수증 (시간 확인)
  • 출입 기록
  • 업무 일지

진술 증거

  • 피해자 진술서
  • 목격자 진술서
  • 행위자 진술서

분석 포인트:

  • 일관성: 여러 증거가 같은 사실을 가리키는가?
  • 객관성: 주관적 추측이 아닌 사실인가?
  • 신빙성: 증거가 신뢰할 만한가?

6단계: 조사 결과 판단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3가지 요건 모두 충족해야 괴롭힘:

  1. 지위·관계의 우위 이용

    • 직급 차이, 업무 의존도, 집단성 등
  2.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 정당한 업무 지시인가? 아니면 괴롭힘인가?
  3.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

    • 피해자가 실제로 고통받았는가?

판단 결과:

괴롭힘 인정

  • 3요건 모두 충족
  • 증거 충분

괴롭힘 불인정

  • 요건 불충족
  • 또는 증거 불충분

판단 유보

  • 추가 조사 필요

7단계: 조치 결정 및 실행

괴롭힘 인정 시 조치:

행위자에 대한 징계

  • 경고
  • 감봉
  • 정직
  • 해고 (중대한 경우)

징계 수위는 행위의 심각성, 반복성, 피해 정도를 고려.

피해자 보호 조치

  • 근무 장소 변경 (행위자를 옮김, 피해자 아님)
  • 배치 전환
  • 유급 휴가
  • 치료 지원

재발 방지 조치

  • 전 직원 교육
  • 관리 감독 강화
  • 규정 정비

괴롭힘 불인정 시:

  • 신고자에게 결과 설명
  • 양측 간 갈등 완화 노력
  • 필요 시 팀 분리 등 조치

주의: 불인정이어도 신고자에게 불이익 주면 안 됨.

8단계: 결과 통보 및 문서화

통보 대상:

  • 신고자
  • 행위자
  • (필요 시) 소속 부서장

통보 내용:

  • 조사 결과 (괴롭힘 인정 여부)
  • 조치 내용
  • 불복 절차 안내

문서 보관:

  • 신고서
  • 조사 기록 (면담 기록, 증거 자료)
  • 조사 결과 보고서
  • 조치 결정서

보관 기간: 최소 3년 (근로기준법 시행령)

관리자 실전 체크리스트

신고 접수 직후 (즉시)

  • 신고 접수 기록 작성
  • 신고자에게 “조사하겠다” 회신
  • 비밀유지 서약
  • 신고자 안전 확인
  • 필요시 보호조치 (근무지 분리 등)

조사 준비 (3일 이내)

  • 조사자 지정 (이해관계 없는 자)
  • 조사 계획 수립 (일정, 방법)
  • 행위자에게 조사 예정 통보 (신고자 비공개)
  • 증거 수집 착수 (CCTV, 문자 등)

조사 진행 (2~4주)

  • 피해자 면담 (독립 공간, 2인 조사)
  • 목격자 조사
  • 행위자 면담
  • 증거 분석
  • 조사 결과 판단

조치 및 사후 관리

  • 괴롭힘 인정 여부 결정
  • 행위자 징계 (인정 시)
  • 피해자 보호 조치
  • 재발 방지 대책 수립
  • 양측에 결과 통보
  • 문서 보관 (3년)

자주 하는 질문 (FAQ)

Q1. 조사 중 행위자가 사표 내면?

A: 사표 수리 보류하고 조사 완료 후 처리.

조사 회피 목적의 사직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징계 사유 확정 후 → 징계 해고로 전환 가능.

Q2. 신고자가 조사 거부하면?

A: 설득하되, 강요는 안 됨.

신고자가 조사를 원치 않으면 진행 어려움. 하지만 회사가 직접 인지한 경우는 조사 의무 있음.

Q3. 행위자가 조사 거부하면?

A: 조사 거부 자체를 불리하게 평가 가능.

“조사에 불응한다"는 사실을 기록. 다른 증거만으로 판단 진행.

Q4. 양측 주장이 정반대면?

A: 목격자, 정황 증거로 판단.

100% 확신 못 해도, 우세한 증거 쪽으로 판단.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는 형사재판 원칙. 회사 조사는 민사 기준 → “증거 우세” 원칙.

Q5. 조사 중 2차 가해 발생하면?

A: 즉시 추가 조사 + 가중 처벌.

2차 가해는 별도의 괴롭힘 행위. 원 사건 + 2차 가해 = 두 건으로 처리.

절대 잊지 말아야 할 3가지

1. 신속성

법은 “지체 없이"라고 한다.

신고 접수 후 1개월 넘기면 위법 소지. 빠를수록 좋다. 기억도 생생하고, 증거도 남아있고, 피해도 적다.

2. 공정성

양쪽 말을 다 들어라.

피해자만 믿고 행위자를 징계하면 → 부당징계. 행위자만 믿고 신고자를 의심하면 → 2차 가해.

중립을 유지하라. 판단은 증거로.

3. 비밀유지

새는 입이 가장 큰 리스크다.

“아 팀장님, 들으셨어요? A가 B 팀장 신고했대요.”

→ 이 한 마디로 모든 조사가 무너진다.

비밀유지는 피해자 보호의 첫걸음이다.

마치며: 조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끝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 재발 방지 대책이 실제로 작동하는가?
  • 피해자가 안전하게 복귀했는가?
  • 조직 문화가 바뀌고 있는가?

괴롭힘 사건은 조직의 경고등이다.

한 건의 신고 뒤에는 수십 건의 침묵이 있다. 한 명의 피해자 뒤에는 수십 명의 방관자가 있다.

관리자의 역할은 단순히 “사건 처리"가 아니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당신 책상 위의 신고서. 그것은 조직을 바꿀 기회다.


관련 자료실:

관련 글:

참고 법령: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신고 및 상담:

  • 고용노동부 상담센터: ☎ 1350
  •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관할 지방고용노동청

지금 당장 조사를 시작해야 하는가? Clean Work Lab은 실무자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한다.